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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T1 출국장

아침 6시반 비행기인 관계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편한 속으로 오후 5시에 잠들어 12시쯤 일어나 준비 마치고 출발하자던 우리의 계획은 밤 9시쯤 느껴진 강렬한 허기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라면을 끓여 총각김치를 곁들이다보니 어느새 냉동밥까지 하나 데워 일주일간 못만날 한식에게 작별인사라도 하듯 알차게도 먹어치우고야 말았다.


웹 체크인을 믿고 3시간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면세점 한번 둘러보지 못하고 닭장처럼 비좁은 비엣젯 항공기에서 말뚝처럼 고문을 받으며 5시간만에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월요일 오전 9경시의 노이바이 공항은 고즈넉하고 한산했다.
사회주의 느낌 물씬 풍기는 제복 차림의 직원에게 아무것도 질문해오지 않는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1층으로 나왔다.
처음 써보는 와이파이 도시락은 연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듯 했다.

와이파이 연결과 화장실 이용을 마친 우리는 공항에서 아침을 먹을까 고민하며 공항 일반구역을 배회했지만, 아직은 낯선 환경과 뭔지 모를 음식들, 그리고 그 냄새에 기가 눌려 우선 숙소에 가기로 했다.

우리의 숙소는 호안끼엠 호수 서쪽으로, 그랩으로 차를 타면 1시간 거리에 있었다. 그랩 기사 Nguyen은 숙소 앞에 도착해 우리 짐을 손수 내려주고는 반갑게 악수를 청한 뒤 떠났다. 숙소에 도착했을땐 얼레벌레 1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체크인은 원래 2시지만 프론트 직원은 혼쾌히 미리 처리해주었다.
숙소에서 건네준 쪽지에는 베트남 규정상 숙박객의 정보가 정부에 전달된다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Mia Casa by Satori
Terrace room


6층 객실로 올라가 방을 둘러보고, 간단히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Bun Oc Suon으로 향했다.

BUN OC SUON 57
Oc Suon

Bun Oc은 원래 우렁쌀국수로 생각하고 간거였는데, 아무래도 Suon이 돼지 갈비살인 모양이었다.
Oc이 우렁이랬는데, 우렁도 없는 음식 이름에 왜 들어가있는지..
아내는 물에 빠진 고기를 잘 못먹는다. 하지만 배도 고팠을것이고, 새롭기도 했는지 그럭저럭 먹는 모습이었다.
첫끼부터 느껴지는 낯선 새콤함과 향신료 냄새는 앞으로 일주일간의 생활을 벌서부터 불안하게 만들었다.
구글 지도에 "우렁 쌀국수는 3시 이후 주문 가능" 이라고 적어둔 메모는 뒤늦게 발견했다.

점심식사 후 용기를 내어 콩카페에 가 커피도 맛볼 겸 성요셉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거기까지 가면서 우리는 매우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오토바이가 많다고 듣긴 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 많은 오토바이는 모든 보행자에게 공평하게 엄청난 매연냄새와 쉴 틈 없는 경적소리를 공급하고 있었다.
사거리를 지날때면 보행신호가 들어와도 좌/우회전하는 오토바이들이 달려들듯 주행해온다.
인도는 주차된 오토바이들로 발 디딜곳이 없다.
쉴새없이 오토바이가 인도로 올라온다. 차도쪽만 신경쓰며 걷다보면 반대로 건물에서 오토바이가 나온다. 잠시도 경계를 늦출수가 없었다.
성당까지 20분정도 거리를 걸으며 우린 과연 잘 온걸까 하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Saint Joseph's Cathedral

설상가상 성당 맞은편 콩카페에는 3층이나 되는데도 너무나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었다.
콩카페는 규모가 상당한 프렌차이즈 카페로, 하노이의 가는곳마다 쉽게 발견된다는걸 알기까진 이틀정도가 걸렸다.

잠시 성당에 들어가 매연냄새, 오토바이 경적소리와 멀어지고나니 심신이 다소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용기를 내어 조금 더 걷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이또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Aha커피였다.


Vietnamese Black Coffee
Vietnamese Cafe Latte

베트남에 와 마시는 첫 커피이니 베트남커피로 주문했다.
묘하게 한약같기도, 향신료같기도 한 커피향이 피로를 약간 씻어주었다.


Banh Cuon
Xoi Xeo
Banh Tom

Bia Hanoi


첫날이라 낯설고 지쳤기도 해서 저녁은 숙소 들어가는 골목 입구의 Quan An Ngon에서 먹기로 했다.
구글 지도의 리뷰에서 외국인이 먹기 좋다며 좋은 평이 많았다.
확실히 먹기 불편한 음식은 없었는데, 반대로 아무 특징도 없었다.
가격은 다소 높은편이고, 티슈나 물티슈까지 유료로 제공하는 바람에 이곳은 이날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저중에 가장 맛있었던건 하노이 맥주였다.
하노이 맥주의 청량한 맛으로 고단함을 달래는, 조금은 쌀쌀한 날씨의 하노이의 첫 밤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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